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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투고] 땅 힘의 근원인 토양 미생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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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힘의 근원인 토양 미생물
대한민국은 전 국토의 물리적, 화학적 성질을 백 미터 단위의 토양지도로 가지고 있는 전 세계 몇 되지 않은 나라입니다. 농촌진흥청에서 1960년부터 50여 년간 수행된 정밀토양조사의 결과로 휴전선과 간척지를 제외한 남한 96.6%의 토양지도가 완성되어 있습니다. (http://soil.rda.go.kr/). 이 토양지도를 사용하면, 자기가 지금 서 있는 곳이 얼마나 비옥한지, 또는 비료와 객토는 어떻게 해야 농사가 잘 될 지와 같은 소위 “땅 힘”에 대한 정보를 알 수 있습니다.
식물이 성장하는데 필요한 영양분의 풍부한 정도를 “땅 힘”이라고 할 수 있는데, 토양의 땅 힘을 키우는 것은 실제로 미생물들입니다. 그러나 현대 과학은 토양 미생물 1%도 모르고 있으며, 나머지 99%의 미생물들은 “메타게놈(metagenome)”이라는 이름으로만 통칭되고 있습니다. 메타게놈은 비료의 핵심인 질소, 인산, 칼륨, 탄소의 순환을 조절하고, 식물에 기생해 식물의 근본이 되는 영양소의 전달에 핵심적인 역할을 수행하고 있습니다. 알려진 땅 속 미생물들 가운데 고부가 버섯을 만드는 곰팡이의 역할을 살펴보겠습니다.
버섯 곰팡이 균은 식물에 기생하면서 균사의 네트워크를 구성합니다. 이들 균사체는 식물의 잔뿌리들과 협력하여 영양분을 좀 더 잘 흡수하게 하는 흡수성이 뛰어난 특이한 기관을 만들게 되는데 이것을 “균근(菌根, Mycorrhiza)”이라 합니다. 곰팡이 균근이 형성된 식물은 자신의 큰 뿌리 조직이 닫을 수 없는 깊은 곳의 물과 영양분을 이 균근을 통하여 얻을 수 있게 됩니다. 반대로 식물은 광합성을 할 수 없는 곰팡이에게 전분과 같은 영양분을 제공하는 방식으로 협력하게 됩니다. 따라서 초본 식물과 나무들은 생존을 위하여 각기 서로 다른 땅 속 곰팡이들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가지고 맺고 있습니다.
땅속의 곰팡이들은 그들만의 특이한 생존방식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들 가운데 은은한 향기로 고급 음식에서만 이용되는 검은색의 돼지감자로도 불리는 “송로버섯 (트러플, truffle)”을 살펴보는 것은 흥미로운 결과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버섯은 나무와 공생하며 은은한 향기로 동물들을 끌어 모아, 이들을 매개로 하여 곰팡이 포자를 퍼뜨리는 전략을 사용합니다. 송로 버섯이 식품에 이용된 역사는 매우 오래 전 입니다. 이집트 파라오들이 왕족의 식사에 사용한 기록이 보이고, 베드윈 족, 아프리카의 부시맨, 심지어 호주의 원주민들도 이를 사용하였다는 것이 전승된 자료에서 나타납니다. 로마인들도 송로버섯 향을 사용했고, 기록에 의하면 구하기 어려워 천둥 번개가 땅을 칠 때 만들어 진다고 생각하였습니다.
현재에는 미식가들이 거위 간, 철갑상어 알과 함께 세계 3대 진미로 인정하고 있습니다. 이 버섯은 시장에서 킬로그램 당 300백만 원을 호가하는 실로 보석보다 귀한 버섯 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송로버섯을 만드는 땅 속 자낭균류 곰팡이에 대한 특성은 많은 부분이 신비에 싸여 있습니다.
송로버섯은 다른 모든 버섯들처럼 곰팡이에 의해서 만들어 집니다. 외면으로 보이는 버섯은 곰팡이가 포자를 퍼뜨리기 위하여 만든 '꽃실' 입니다. 주위의 흔한 버섯들과 달리 송로버섯은 포자를 포함한 버섯조직이 땅 밑에 존재한다는 점이 특이합니다.
그런데 송로버섯처럼 땅속에 포자를 담은 기관이 존재하는 이유는 뭘까요? 포자를 멀리 퍼뜨리기 위해서는 공기 중에 포자 기관을 노출시키는 것이 가장 효과입니다. 번식에 절대적으로 불리한 것이 분명한 땅속 포자 기관의 목적은 아주 간단합니다. 대부분의 버섯조직은 열이나 바람, 서리 같은 환경의 위험요소에 대한 방어 기작이 부족합니다. 그래서 매일 매우 적은 수의 곰팡이 포자만이 성숙하여 주위에 퍼뜨려집니다. 그러다 날씨가 건조하거나 추위가 몰아치게 되면 포자의 생산도 중단되게 됩니다.
이런 위험이 상존하는 가운데 땅속 곰팡이들의 환경 적응 방법이 진화하게 됩니다. 가장 성공적인 대처방안은 땅속에서 포자를 열매 맺는 방법입니다. 비가 내린 후 촉촉해진 땅속 깊숙한 곳의 곰팡이 균사체는 땅 속의 습기를 이용해 땅 위의 환경과 무관한 균근 보호막을 형성하여 무사히 포자형성을 지속할 수 있습니다. 송로버섯의 경우처럼 일단 땅속에서 포자를 형성하는 곰팡이는 포자를 보호할 감자모양의 단순한 덩어리 구조로 버섯을 만듭니다. 왜냐하면 안정된 상태에서 포자 생성기관을 만들 수 있으므로 추가적인 에너지를 사용하여 땅 위로 포자를 담은 조직을 노출 할 필요가 없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땅속에 포자가 있으므로, 스스로 외부로 퍼뜨리는 것이 불가능합니다. 따라서 송로버섯은 수백만 년 동안 돌연변이를 거치면서 동물들을 유혹할 수 있는 방향족 화합물의 생성 방법을 개발하였습니다. 각각의 송로버섯은 포자가 성숙되면서 점점 더 강한 향기를 발산합니다. 이런 향기에 유혹된 동물이 송로버섯을 먹게 되면 버섯 대부분의 조직은 소화되지만, 포자들은 상처를 입지 않은 상태에서 변으로 땅 위에 배출되고 다시 새로운 송로버섯의 생존 사이클이 시작됩니다.
땅 힘을 이루는 미생물들의 무궁무진한 메타게놈 땅속 이야기가 과학자들에 의해 더 많이 발견되기를 기대합니다.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 기능성물질개발과 이창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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