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보건복지부)가 우리나라의 지난해 화장률이 52.6%를 기록해 처음으로 매장을 앞서는 등 화장문화가 갈수록 확산되면서 부족한 화장장 시설 확충이 시급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러나 불과 1년 전만 해도 열린우리당은 ‘화장장 건립 반대’를 당론을 채택한 바 있다.

지난해 10.26 부천원미갑 국회의 재선거 당시 현 이상수 노동부장관이 선거에 출마해 선거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부천시가 추진하는 시립 추모공원 조성사업에 대해 강력한 반대 투쟁을 벌이고 있는 원미구 역곡1동에 총출동해 ‘화장터 확실히 막겠습니다’라는 대형 현수막을 걸어놓고 지도부 회의를 열고 ▲화장터 건립 절대 반대 및 강력 저지를 당론으로 정하고 ▲뉴타운개발, 정부 차원에서 지원 ▲열악한 교육·문화시설 확충 등을 결의한 바 있다.

당시 역곡1동을 방문한 열린우리당 지도부는 문희상 의장을 비롯해 장영달·유시민·한영숙·김혁규 상임중앙위원과 당 3역인 정세균 원내대표·배기선 사무총장·원혜영 정책위의장, 김현미 경기도당위원장, 박병석 기획위원장, 전병헌 대변인, 박영선 비서실장, 김선미 원내 당무 부대표, 이인영 의원 등이 참석했었다. ▶<더 부천> 관련기사 클릭

주목을 끄는 것은 현재 국무총리로 있는 한명숙 의원과 보건복지부장관인 유시민 의원, 원내대표인 감한길 의원(당시 건설교통위원장) 등도 함께 참석했다는 점에서 불과 1년 사이에 정부가 화장률 증가 추세에 따른 화장장 부족을 걱정하며 시설 확충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컬하기까지 하다.

더구나 수도권의 화장장 부족 현상으로 인해 부천시민들이 3일장을 치르지 못하고 4일장이나 5일장을 치르는 경우가 생겨나는 등 불편이 초래된다는 사실을 부천시는 당시에도 누누히 강조한 바 있고 정부가 나서서 화장장 시설이 들어서도록 해야 한다는 점도 역설한 바 있다.

물론 당시 원미갑 재선거에 출마했던 후보들 모두 춘의동 화장장 건립에 대해 반대 공약을 내세웠고, 당선된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도 광역화장장 건립을 검토해야 한다고 공약한 바 있다.

그러나 집권여당인 열린우리당이 불과 1년 전만 해도 화장장 건립 반대를 내세운 집단이기주의에 편승해 중앙당 지도부가 총출동해 역곡1, 2동 주민들에게 화장장 건립 반대라는 당론을 채택하고 한표를 호소한 것에 대해서는 어떤 형태로든 분명한 입장을 밝혀야만 할 것이다.

더구나 당시 참석했던 지도부 일원으로 참석했던 유시민 의원이 화장장 관련 정부부처인 보건복지부장관으로 있는 만큼 부천시가 추진하고 있는 추모공원 조성사업의 성공적 추진을 위해서라도 분명한 입장 변화를 해야 마땅할 것이다.

화장률이 늘어남에 따라 부족한 화장장을 건립하기 위해서는 정부가 화장장을 새로 설치하려는 지역주민들에게 요금 인하 등의 다양한 인센티브를, 반대하는 지역에는 불이익을 주는 방식으로 화장장 설치를 유도해야 한다는 점에서 열린우리당이 불과 1년 전에 선거를 위해 당론으로 채택한 ‘춘의동 화장장 건립 반대’는 즉각 폐기할 수 있는 용단을 내려야만 할 것이다.

국회에서도 선거구민들의 표심만을 의식한 나머지 대다수 주민들이 필요한 시설로 인정하고 있는 화장장 및 자연장 등을 지자체가 원활하게 건립할 수 있는 관련 법안을 마련하는데 노력해야 한다는 점도 아울러 강조하고 싶다.
부천시의 추모공원 조성사업이 경기도와 건설교통부의 그린벨트(G/B) 관리계획 변경승인 절차가 최대 관건으로 남아 있는 만큼 정부, 여당 차원에서도 적극적인 지원을 해야만 할 것이다.

말로만 화장률 증가 추세에 따라 화장장 시설이 부족하다는 걱정만 할 게 아니라 지금은 부천시가 추진하는 추모공원 조성사업에 힘을 실어주는 것이야말로 다른 지자체에서도 해당 지역주민들을 위해 화장장 시설을 확보할 수 밖에 없는 현실적 문제라는 점을 인식하도록 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정부와 여당이 또다시 내년 대통령선거와 2008년 총선을 의식해 화장률 증가 추세에 따라 화장장이 부족한다는 원론적인 말만 슬쩍 던진 채 만만찮을 것으로 예상되는 집단 반대여론으로 인해 슬그머니 발을 뺄 경우 수도권 주민들이 겪어야 하는 장례 불편을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는 점을 명심해야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