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이 깊어가는 길목, 휴일인 20일 오후 가을 들녘에서 고추잠자리가 휴식을 줄기고 있다.

섬세하게 짠 듯한 투명한 4개의 날개와 그 끝에 이쁜 무늬가 액세서리처럼 새겨져 있다.

보석을 빚어놓은 것같은 곁눈은 날아다니면서 모기, 파리 등의 먹이감을 사방으로 볼 수 있다.

반면, 자신을 호시탐탐 노리는 참새와 직박구리 등 텃새의 날카로운 부리를 피해가는 불안감 때문일까, 꼬리는 빨간색으로 물들어 있다.

연약한 듯 보이는 잠자리는 시속 50km로 날 수 있고, 비행거리도 300km나 된다고 한다.

하지만 제비가 사라진 도심에 노사린 적(適)들인 참새와 직박구리 등 각종 텃새들의 날쌘 날개짓엔 미치지 못해 경계의 끈을 잠시도 늦출 수가 없다.

그래서 일까. 잠자리는 날개를 접고 앉는 장소에서 날개를 두번 접는다. 일단 앉는 장소가 산만하고 불안하다고 느끼면 금새 날개짓을 하며 날아오를 준비를 하지만, 일단 안전하다고 느끼면 한번 더 날개를 꺾은 뒤 가만히 앉아 비행을 멈추고 짧은 휴식에 들어간다.

따라서 잠자리가 날개를 한번 더 꺾고 쉴 때가 손으로 잡을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는 점에서 잠자리가 가장 안심하다고 느낄 때가 가장 위기의 순간인 셈이다.

어떤 녀석들은 겁도 없이 사람의 손이 다가와 앉기도 한다. 모기와 파리 등 해충을 잡아먹는 잠자리를 호기심에 잡더라도 잡지 말고 비행을 끊진 말자. 되도록이면 잠자리를 함부로 잡지도 말고, 휴식을 방해하지도 말자.

잠자리가 가만히 앉아 있는 모습을 보라. 사색과 고독을 즐길 줄 아는, 가을과 참 잘 어울리는 곤충같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