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틴 스코세이지가 제79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감독상을 받았을 때 누구보다 환호하고 축하해준 감독이 이스트우드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 본다. 감독상의 라이벌이었지만 노장 감독의 선의의 경쟁을 즐기는 거장의 여유를 볼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스코세이지 보다 이스트우드를 좋아 한다. 어릴 때 골목길을 누비며 총싸움을 할 때 서부영화에서 나오는 이스트우드가 얼마나 우상이었는지 모른다.

알다시피 2005년에는 상을 놓고 경쟁했지만 이스트우드가 오스카 트로피를 거머쥐었다. 서부극의 관습을 비튼 <용서받지 못한 자>(1993)와 안락사를 소재로 한 <밀리언 달러 베이비>(2005)의 작품으로, 두 번이나 아카데미감독상을 거머쥐었다. 팔순의 앞둔 나이에 그가 보여준 영화에 대한 열정은 쉽게 식지 않을 것 같다.

마틴 스코세이지(Clint Eastwood·1930년생).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일찍 재능을 소진한다는 다른 감독들과 달리 나이가 들수록 작품의 깊이가 더해지는 것 같고 진정한 작가주의라고 할 수 있다.

충무로 극동빌딩 주변에 가면 감독 아닌 사람이 없다고 한다. 영화 한 편 찍고 시나리오 쓰고 기다리다가 기회를 잡지 못하고 세월 흘려보내면 한때 감독이란 이름으로 살아가는 것을 쉽게 볼 수 있다.

노장으로 작품을 할 수 있다는 할리우드와 충무로가 뭐가 다른지 성찰해 볼 필요성을 느낀다.

60대의 나이에 작품을 하는 감독은 거의 없고 영화 관련 일을 소일거리 삼아 하는 것이 한국 영화의 현실이다.

임권택 감독의 100번째 영화 <천년학>을 4월에 개봉한다고 한다. 유일한 노장감독의 작품이어서 더욱 기대가 모아진다.
미국의 영화배우겸 영화감독 이스트우드의 활약을 보면 그를 ‘미국 영화의 기적’이라고 부르는 것이 과장이 아니라고 본다. 젊은 날, 마초 이미지의 흥행 배우에서 오늘날 미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감독이 됐으니 말이다.

한국 영화계에서도 임권택 감독 뿐만 아니라 원로 감독들이 연륜에서 나오는 깊이 있는 영화를 만들어 관객들이 다양한 영화를 볼 수 있는 기회를 가졌으면 좋겠다.

◆필자 소개= 호주 시드니 KVB예술대학 영상학과와 성균관대 언론정보대학원(언론학 석사)을 졸업하고 숭의여대 컴퓨터 게임학과에 출강해 영상물 분석 관련 강의를 했으며, ㈜우방 엔터테인먼트 영화프로듀서와 1998년 방콕 아시안게임 광고프로듀서, 부천시 생활체육테니스연합회 이사와 임해규 국회의원 조직부장으로 활동했으며, 현재 동양스포츠센터 대표로 활동중이다. 저서로는 ‘영상산업 및 정책에 관한 연구’(석사논문), ‘몽돌이 영화에 빠졌을 때(When MongDol fell in a movie)’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