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속에서 폐허를 보았다
풀썩거리는 먼지조차 없는 건조함 속에
술에 찌든 사내에 입 냄새와
긴 머리 여자에서 나는 싸구려 화장품 섞인 땀내가
숨을 쉴 때마다 깊은 신음 소리와 함께 들린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 순서라는 말은
원래부터 없는 말 같다.
금을 긋고 돌아 선다
고개를 돌리면 이곳에서 멀어질 것 같아서
새로 치장한 차창을 등지고
몸부림도 멎어버린 계곡을 지나
산성(山城)길 절벽에 들러붙은 이름 없는 꽃을 보며
부르르 떨다 숨이 끊어질 내일이란 이름을 향해
수분 진득하게 토해놓은 안개 막 사이의 저 길을 간다.
만지작거리던 시간이 지나 사내의 붉은 얼굴은 바스러지고
코 끝 쑤시던 향수냄새도 긴 행렬의 불빛을 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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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명에 섬마다 뱉어내며 폐허가 되어간다
다시금 보아야 할 사라진 단물의 기억
애초부터 이곳에 습(濕)은 없었다.
■이몽탄(필명 몽탄 夢誕)= 더부천(The부천)에 ‘몽탄산말’이란 코너를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시와 수필로 잔잔한 감동을 매주 실감있게 전하는 몽탄 시인은 신문기자, 방송작가, 출판사 편집장 등을 역임했고, 2007년 대한문학세계 신춘문예 ‘시’ 부문 당선, 대한문인협회 정회원, 창작예술인협회 회원으로 생업의 현장에서 묻어나는 글을 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