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9일 실시되는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앞두고 유력 후보인 이명박 후보와 박근혜 후보간에 막바지 기세(氣勢) 싸움이 '죽느냐, 사느냐'의 사활을 건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두 후보진영에서 그동안 국민들에게 보여준 모습은 같은 당(黨)에 소속돼 있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대 후보를 겨냥한 쏟아내는 말들을 보면 노골적인 감정을 그대로 드러내며 전쟁터를 방불케 하고 있다.
급기야는 '이대로 가다가는 제대로 경선을 치를 수 있겠느냐, 경선후에 서로 갈라 서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면서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은 금방이라도 깨질 듯한 살얼음판과 같은 아슬아슬한 형국이다.
그런데 이같은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보면 마치 여름 과일의 왕이라고 할 수 있는 '수박'을 고르는 것과 흡사하다는 생각이 들게 한다.
흔히들 잘 익은 수박을 고를 때 우선 겉을 봐서 검은줄이 선명하고 표면에 윤기가 흐르는지를 살펴본다. 그 다음으로는 손가락으로 톡톡 두들겨서 둔탁한 소리 보다는 청명하게 들리는 수박을 고른다.
실제로 손가락으로 꿀밤을 주듯이 톡톡 두드렸을 때 '통통' 하는 소리가 나는 것이 잘 익은 수박이라고 한다. 요즘같은 여름철에 수박을 고르는 사람들이 겉모양을 꼼꼼히 살펴보고 손가락으로 두드려 보는 것도 바로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그런데 잘 익은 수박을 고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수박에 '세모(△)' 모양의 칼집을 내고 빨갛게 잘 익었는지 눈으로 직접 확인토록 하는 것인데, 요즘에는 거의 찾아볼 수가 없다.
산지와 생산자 이름을 직접 표기한 상표제가 도입돼 잘 익고 맛있는 수박을 공급하려는 생산자들이 늘어나고 있고, 수박을 파는 상인들도 잘 익은 수박인지, 그렇지 않은 수박인지를 꼼꼼하게 골라 주는 노하우를 축적해서 팔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겉모양도 보고 손가락으로 두드려도 보고 잘 익은 수박이라고 마음 먹고 골라서 집에 가져 와서 쪼갠 후에야 '아차' 하며 덜 익은 수박임을 뒤늦게 확인한 경험이 누구에게나 한두번쯤은 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잘 익은 수박을 고르는 가장 확실한 방법은 역시 칼집을 살짝 내서 속을 직접 들여다 보는 것이라 하겠다.
그러나 수박을 파는 사람 입장에서는 칼집을 내는 방법으로 수박을 파는 것을 꺼려할 수가 있다. 그 이유는 산지와 생산자 표기가 확실하다는 점, 칼집을 낼 경우 잘 익었으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엔 더이상 팔 수가 없다는 점 등의 위험 부담이 따른다.
지금 한나라당 대선후보 경선을 지켜보노라면, 정작 수박이 잘 익었는지 여부를 소비자들에게 확인시키는 방법에 있어서 두가지 의견으로 나뉘어져 있다.
손으로 두드려 보고 잘 익었다고 주장하는 쪽과, 칼집을 살짝 내서 확실하게 잘 익었는지를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보자고 주장하는 쪽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이로 인해 정작 수박을 사려는 사람들을 혼란스럽게 한 나머지 그동안 어렵사리 쌓아온 믿음이 깨질 위기에 놓여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문제는 수박은 집에 와서 두 쪽으로 쪼개보면 잘 익은 수박을 골랐는지를 금새 알 수 있지만, 한나라당 대선후보 결정을 위한 경선은 잘 익은 수박이든, 덜 익은 수박이든 두 쪽으로 갈라질 경우, 한나라당과 당을 지지하는 당원들의 정권교체의 희망이 물거품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19일 실시되는 경선투표 결과가 발표되는 20일 오후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으로 정치권과 국민들의 시선이 온통 쏠리고 있는 가운데, 지금까지 전쟁터를 방불케 한 경선과정을 돌이켜 볼 때 경선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적지않다.
더구나 한나라당의 경선 결과는 오는 12월19일 대선에서 잘 익은 수박인지, 덜 익은 수박인지가 판가름 날 때까지 미리 쪼개서는 안된다는 점에서 '경선 후 화합'을 놓고 또 한번 당과 당원들의 애간장을 태울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까닭에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누가 이기고 누가 지든 간에 승자는 패자를 따뜻하게 위로하고, 패자는 승자에게 진심으로 축하를 보내주는 모습을 보여주어만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