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님은 사람이 불필요한 것을 소유하면서 마음이 얽매인다고 했지요. 소유를 줄여야 마음이 편하다는 것입니다. 그 경지를 따를 수 없지만 흉내만 내도 근심을 많이 덜 것 같습니다.
그날 한편에서는 고려대 경영학과에 다니는 3학년 학생이 학교를 그만두면서 교내에 써붙인 대자보가 언론에 크게 보도되었습니다. 그 학생은 25년 동안 앞만 보고 살면서 수많은 경쟁을 치렀는데, 앞으로 영원히 그런 상황을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 끔찍했나 봅니다.
그렇게 해도 자유롭게 살지 못하고, 풍요롭게 살 수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러면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생각조차 못하고, 꿈도 모른 채 허덕이며 사는 것이 슬프다고 했습니다. 대학교조차 학벌을 파는 브로커가 되었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래서 이 학생은 대학을 그만 두는 것이 아니라, 대학을 거부하겠다고 하였습니다. 규격화된 제품으로 살기를 거부하고, 고려대 학벌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거부하고, 경주마처럼 앞만 보고 뛰는 삶을 거부하는 셈이지요.
법정 스님이 그 학생을 보며 빙긋이 웃을 것 같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언젠가 읽겠다고 책꽂이에서 책을 빼버리지 못하는데, 스님은 몇 권만 있으면 된다며 책조차 소유하지 말라고 하셨지요. 그 학생도 언젠가 써먹을지 모를 학벌을 과감히 버렸으니, 스님이 보시기에 기특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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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우리 아이가 공부하러 호주로 떠났습니다. 몇 년이 걸릴지, 몇 년 뒤 어떤 상황에 놓일지도 모르고 먼 길을 갔습니다. 그깟것 하면서도 한국에서는 학벌을 만들지 않고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서 부모라는 이름으로 자식을 걱정하며 ‘이건 아닌데.’하면서도 학벌 놀음에 끼었습니다.
기성세대는 젊은이들이 현실에 부딪치려 하지 않는다며 취직 못한 젊은이들을 건달로 취급합니다. 그러나 그게 젊은이 탓입니까?. 만약 젊은이들이 시급 몇 천원을 받고 편의점에서 알바를 하며 현실에 부딪쳤을 때, 3년 뒤 또는 5년 뒤에 점장이 될 수 있는 겁니까?. 5년 뒤에는 나이를 먹고 취직하기가 더 어려워 그나마 편의점에서 잘릴까 두려워하는 것은 아닌지요?.
기성세대는 충분히 살았으면서도 쥔 것을 놓을 줄 모릅니다. 오히려 젊은이들이 쥘 수 있는 기회도 빼앗습니다. 고려대 학생은 젊은이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질서를 거부한 것이지요. 기존 질서를 버렸으니 새로운 세상을 열 겁니다. 그 학생은 ‘누가 더 강한지는 두고 볼 일이다.’라고 했지만, 이미 강한 사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