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아스라한 추억이 됐지만, 요즘도 길거리 노점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붕어빵’과 함께 추운 겨울에 호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에게 큰 사랑을 받아온 길거리 먹거리 가운데 하나가 ‘국화빵’ 입니다.

얼었던 대동강 물도 녹기 시작하고, 눈이 녹아서 비가 된다는 우수(雨水)이자 2월의 세번째 휴일인 19일 오후 동장군의 기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고마운 지인의 큰딸 결혼식에 갔다가 돌아오는 길에 부천시 원미구 상2동 홈플러스 상동점 부근 노점에서 국화빵 틀에 부은 햐얀 밀가루 반북이 노릇노릇 구워가면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화빵’을 보는 순간, 발걸음이 저절로 멈춰 섰습니다.

어린 시절 시린 손을 호호 불며 먹던 ‘국화빵’의 단맛이 기억이 새록새록 돋아 났기 때문입니다. 다섯개에 천원하는 ‘국화빵’을 사서 띠뜻한 온기가 도는 종이 봉다리(*종이 봉투의 사투리)에서 꺼내 먹는 그 맛은 오래 전에 먹어본 ‘국화빵’의 오래전에 먹었던 맛 그대로 였습니다.

‘국화빵’을 만드는 과정을 아주 간단합니다. 빵틀에 기름솔로 기름을 바른 다음 주전자에 담은 묽은 밀가루 반죽을 붓고 팥 반죽을 조금씩 떼어 넣고 익힌 뒤 한번 뒤집어서 앞뒤로 노릇노릇 익히면 금새 맛있는 ‘국화빵’이 탄생합니다.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쉼게 만났던 김이 모락모락 나는 ‘국화빵’을 요즘에는 손쉽게 찾아볼 수 없는 추억의 겨울 먹거리가 됐습니다. 대신 ‘붕어빵’과 ‘호떡’을 파는 장사들은 요즘에도 길거리에서 쉽게 만날 수 있습니다.

그 옛날 길거리에서 ‘국화빵’을 파는 수레는 만나면 잠시나마 추위를 녹이면서 집에 있는 가족들을 생각해서 종이 봉지에 가득 담아 주머니에 넣고 집으로 향하면 시린 손도 따스하게 했던 기억도 새록새록 납니다.

따스한 국화빵과 붕어빵, 호떡 한 봉지로도 온 가족이 정을 나누던 때가 지금은 아스라한 추억이 됐습니다.

잠시 잊고 지내던 ‘국화빵’을 우연히 만나면서 어릴 적 생각이 절로 떠올라 아저씨께 천원어치를 사면서 “사진 좀 찍어도 되겠느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응해 주셨습니다. 조건은 “국화빵만 찍어세요” 였습니다.

요즘은 먹거리가 워낙 다양하고 흔해 ‘국화빵’에 호들갑을 떠는 게 좀 우스워 보이지만, 추운 겨울 길거리에서 국화빵, 붕어빵, 호떡 등 풀빵을 먹던 그 시절의 겨울 풍경과 추억을 잠시나마 떠올려 볼 수 있는 시간이 참으로 좋았습니다. 우수(雨水)인 19일 휴일 오후부터 동장군의 기세도 한풀 꺾여 ‘국화빵’의 단맛과 온기가 오래도록 맴돕니다.

아, 한가지를 빠뜨릴 뻔 했습니다. 붕어빵에 붕어가 없듯이, 국화빵에도 국화가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