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의 외인구단’ㆍ‘남벌’ㆍ‘아마게돈’ 등으로 널리 알려진 만화가 이현세 (재)한국만화영상진흥원 이사장은 22일 오전 8시 부천상공회의소(회장 장상빈)가 주최한 제231회 조찬간담회에 강사로 초빙돼 ‘내 만화에 대한 짧은 이야기’라는 주제 강연을 통해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자신에게 정직해야 하며, 그 사람의 진실된 마음이 작품에 담길 때만이 시대의 공감을 얻을 수 있다”며 “기업도 이와 마찬가지로 100% 전력 투구해 양질의 제품을 만들지 않으면 소비자가 만족하지 않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세종대 만화애니메이션학과 교수로도 활동중인 이현세 이사장은 “지금까지 32년동안 만화를 그린 작가로서 학생들에게서 가장 많이 받는 질문 중의 하나는 ‘과연 내 능력으로 좋은 만화를 그릴 수 있을까’라는 것이었다”며 “그럴 때마다 학생들에게 ‘누구에게나 만화를 잘 그릴 수 있는 능력은 있지만 독자에게 진정한 감동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동시대의 흐름을 고민하고 작가 자신의 본질적인 내면을 작품에 담아야 한다’고 답했다”고 했다.

그는 “어떤 주제로 이야기를 쓸 때는 자신이 경험한 솔직한 내면의 이야기를 쓰게 되는데 이러한 이야기들이 자기와 같은 고민을 가진 사람들에게 감동을 줄 수 있게 된다”며 “예를 들어 어린 시절 초등학교 때 같은 반에서 일어난 일상생활을 소재로 만화를 그렸는데 같은 경험을 갖고 있는 학우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은 적이 있듯이, 시대의 이슈와 흥미를 본인만의 필체로 엮어낸 만화는 반드시 대중들의 공감을 얻어낼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만화가는 누구나 될 수는 있지만 전업작가가 되는 문제는 다르다고 생각한다”며 “전업작가가 되기 위해서는 본인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느낄 수 있어야 하며, 항상 자신의 작품에 고민하고 노력해야 한다”고 했다.

이현세 이사장은 자신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노력했던 일화를 소개하며 “천재와의 조우에서 적응할 수 있었던 것은 자신의 성격이 긍정적이고 낙천적이기 때문”이라며 “대다수 사람들은 천재를 만나면 경쟁의 과정에서 상처를 받거나 자신의 길을 포기하게 되는데, 천재를 이기는 나의 재능은 ‘항상 내일이면 좋은 일이 생길 거야’, 혹은 ‘언젠가는 잘 그리게 될 거야’ 라는 긍정적인 자기 암시 덕분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작가의 길은 단거리 승부가 아닌 장거리 마라톤이며, 나는 타고난 천재적인 감성을 보유한 것이 아니라 잠들기 전에 한 장만 더 그리자는 꾸준한 노력으로 지금까지 묵묵히 뚜벅뚜벅 걸어왔을 뿐”이라며 “한 분야에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자신의 분야에서 바로 떠오르는 사람이 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이고 1류가 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제가 추구하는 작품의 가치는 역사, SF판타지, 스포츠 등 다양한 이야기와 소재 뿐 아니라 한 번 다룬 소재는 다시 하지 않는다는 점에 있다”며 “사람들이 생각할 때, 다음에는 어떤 소재로 작품을 할지 기대하게 만드는 작은 장점이 있는 것같다”고 말했다.

그는 만화를 사람들이 읽게 하는 만화 전이(轉移)운동을 설명하면서 “세대별로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즉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작품을 집필하면 사람들이 만화를 찾아보게 된다”며 “요즘은 광고도 모두 스토리텔링 기법으로 변화하고 있어서 이에 맞게 만화 집필 방법도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그는 “슬럼프가 왔을 때 다시 한번 자기 자신을 돌이켜 보는 계기가 됐다”며 “나를 리모델링해야겠다는 생각이 든 순간 그동안 아껴주었던 팬들은 어떻게 하고 있는지 분석한 결과 연령층이 많이 올라갔다는 것을 깨닫고 때마침 ‘버디’라는 만화를 집필하게 됐고, 학부모가 된 팬들이 공감할 수 있는 역사관련 서적도 발간하게 됐다”고 했다.

이현세 이사장은 끝으로 “한국만화산업이 점차 커지면서 세계로 나아가고 있는데 다른 분야와 달리 만화는 높은 수준에 비해 아직 지원이 미비한 편”이라며 “세계 시장으로 우리의 만화와 문화를 확산시킬 수 있도록 정책적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이날 조찬간담회에는 김만수 부천시장, 류재구 경기도의원, ㈜류한진스틸 조영환 대표이사 등 회원업체 CEO 및 임직원 100여명이 참석했다.